두산이 선발 유희관의 역투와 타선이 폭발하며 한화를 스윕했습니다.
두산은 10월 16일 목요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유희관이 6이닝 1실점의 호투와 타자들이 16안타를 쳐내며 16-3의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번 시리즈 시작 전 한화에게 유독 약했던 두산인데, 이번 한화전을 독식하며 상대전적에서도 +1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특히 2위였던 KT가 지고, 나머지 팀들이 나란히 승리를 거둠으로써, 두산은 2위 LG에 0.5게임차 3위로 한단계 더 뛰어올랐습니다.
선발 유희관의 혼신투가 빛났습니다. 7연속 10승을 거둔 대투수이지만, 올해는 유독 슬럼프가 길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가며 8승 11패를 거뒀지만, 9월부터는 5게임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습니다. 10월 2일에는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었습니다.
이대로 시즌을 마치는가 싶었는데, 선발로 전환했던 함덕주가 부진하면서 한화전 선발을 맡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유희관은 프로야구 데뷔 이래로 이날 경기가 가장 떨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던 유희관이었지만, 이날은 진지했습니다. 포수였던 박세혁 조차 "긴장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올 정도"라고 했으니까요.
유희관은 6이닝동안 85구를 던지며 4안타 3삼진, 1실점으로 맹활약했습니다. 1회 세타자를 깔끔하게 잘 막아 좋은 스타트를 보였으나, 2회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안타 2개만을 허용하며 더이상의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유희관은 "2군에 있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팀은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인데, 고참으로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2군에 있을 때 산까지 올라 여러 생각을 했다"며 "10승을 못할 것 같았는데, 다행히 감독님, 코치님이 기회를 주셨고, 야수들도 도움을 줘서 이길 수 있었다. 지푸라기만큼이라도 (10승) 가능성이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희관은 "오늘 졌다면 10승을 포기했다"며 "오늘 못 하면 올해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운드에 올랐는데 너무 떨렸다. 프로 첫 선발 경기, 한국시리즈(KS)보다 더 떨렸다. 가장 떨리고, 울림이 있었던 경기였다. 포수 (박)세혁이가 와서 '진지하게 하지 말라고. 자기가 공을 받는데 너무 웃기다'고 얘기했을 정도"라고 웃음을 보였습니다.
이로써 유희관은 10경기 남은 현재, 8년 연속 10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8년 연속 10승을 거둔 투수는 단 3명밖에 없습니다. 이강철 KT 감독이 10년 연속 10승을 거뒀고, 정민철 한화 단장과 두산 장원준이 8년 연속 10승을 거둔 대투수들입니다.
타자들도 모처럼 집중력을 발휘하며 한화 마운드를 초토화시켰습니다. 박건우와 페르난데스가 각각 3안타 4타점을 합작했고, 허경민, 김재호도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습니다. 오재일은 2안타를 치며 타격 부진에서 벗아난 듯 보입니다.
특히 페르난데스는 이날 3개의 안타를 추가하며 총 188개의 안타를 기록, 200안타 도전을 이어갔습니다. 이제 10게임 남았는데 12개의 안타만 더 만들어내면 서건창에 이어 2번째로 200안타를 달성하는 선수가 됩니다. 물론 외국인타자로서는 처음이구요. 그렇게되면 2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도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팀 순위가 다시 요동쳤습니다. 선두 NC는 최근 2승 8패로 부진한 사이 2위자리를 두고 LG, 두산, KT, 키움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KBO 역사상 4팀이 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순위 다툼을 하는 것이 처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잔여 경기가 가장 많은 KT가 2위 경쟁에서 다소 유리해 보이지만, 어쨌든 많이 이겨야 되는 것이니 지금 누가 유리하고 불리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두산은 10월 16일부터 벌어지는 키움과의 원정 3연전이 중요해 졌습니다. 두산이 상대전적에서 4승 1무 6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 한화 때 처럼 반드시 우위를 점해야만 하는 경기들입니다. 두산은 99년생 김민규를 선발로 예고했습니다. 10월 성적은 4경기 7이닝 무실점이지만, 1군 무대 선발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 키움 선발은 88년생 브리검입니다. 올시즌 두산과 첫 대결이네요. 한때 부진했다가 지난 경기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습니다. 김민규가 퀄러티 스타드를 해 주고, 타자들이 어제처럼 터져주면 좋겠습니다.